국내 경영 현장에선 ‘선택과 집중’이란 말이 크게 유행이다. 그러나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일응 ‘포기와 집중’이 타당하다. 사실 선택이란 고난도의 포기 행위이기 때문이다. 원래 뷔페식보다는 김치찌개 하나는 끝내주는 식당에 가는 게 고수다. 비싼 생선회도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절대 모듬회는 시키지 않는다.
일찍이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M.E.Porter) 교수는 <경쟁전략론>에서 “전략이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하고 버릴 것인가의 문제다”라고 갈파하였다. 결혼이나 진학과 같은 인생길도 복기해보면 선택의 과정은 곧 포기의 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부족하다고 하는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의 핵심은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닌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다. 마케팅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차별화(differentiation)’ 개념도 같은 차원이다. 미국은 아예 국가적 차원에서 포기와 집중 전략을 성공시킨 나라다. 지난 시절 자신의 경쟁력 없는 과목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전공 과목인 IT 엔지니어링에 초집중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초일류국가가 되었다.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남보다 못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과목 평균’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밀며 어느 한 분야에 특출한 어린 천재들을 다 죽여 왔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MIT 교수도 했을 친구가 변변한 직업도 없이 실업자가 되어버린 경우도 숱하게 보아왔다.
요컨대, 병법의 최고수인 손자를 필두로 한 초절정 고수들의 가르침 요지는 안 되는 것을 부여잡고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애쓰지 말고 자신만의 장기를 더욱 발전시켜 남이 감히 넘볼 수 없게 만들어나가라는 것이다. 따라서 하수는 남을 연구하고 고수는 나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세계적인 초우량 서비스 기업 중 여기에 딱 맞는 ‘전략 덩어리’가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SWA)이다. 직원 만족과 경비 절감을 위해 수백 대의 비행기는 모두 보잉 737 기종이다. 그러나 여기는 보딩 패스도 없고 식사도 안주며, 다른 항공사와의 화물 연대도 없다. 그러나 이곳은 항공사 평가의 세 가지 축인 정시도착, 수하물처리, 고객 서비스를 모두 석권해 온 트리플 크라운 회사로서 ‘펀(fun)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학교 성적으로 보면 10개 과목 중에 대다수는 과락인데, 소수의 전공필수 과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포기와 집중의 생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꽃들도 진화과정에서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화려하면 향기가 없고 향기가 강하면 볼품이 없다. 우리말에 “죽도 밥도 안 된다”는 말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팔방미인 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들이 나중에 보면 이렇다 할 명함조차 못 내미는 걸 보면 역시 인생은 과감한 포기와 결단의 함수다.
무릇 모자란 것에 집중하면 가진 것도 잃어버리는 법이다. 여전히 우리 국민 대다수가 속고 있는 단점 개선이란 화려한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하늘이 주신 자신만의 달란트를 조기에 발견해내는 것이 최고로 현명한 길이다.
결국 포기한 자만이 선택할 수 있으며, 선택한 자만이 집중할 수 있다는 거다.
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을 움직이는 50인’에 등재된 교보 광화문글판에 두줄칼럼 중 대표작 <겸손>이 최종 선정되어 주요 도시에 전시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