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PE 투자로 본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벤처·스타트업이 스케일업해 나가는 과정에서 VC(Venture Capital)·PE(Private Equity)의 역할은 중대하다. 차별화된 사업 계획서로 투자자를 매료시키고,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신생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VC·PE 투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수년 후 잠재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VC·PE의 투자 추이를 살펴보는 것은 업계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VC·PE 자금이 현재 메타버스의 어떤 분야로 흘러가고 있는지 확인해보며,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변화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market

차세대 금광으로 부상한 메타버스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에 돈이 쏠리고 있다. 한국 벤처투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VC 투자를 많이 받은 분야 중 하나로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 업종이 꼽혔으며, 그 중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호에서는 VC·PE 조사 기관인 피치북(Pitchbook)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4년(2018년 1월~ 2022년 1월)간 VC·PE 투자 유치에 성공한 150개의 메타버스 기업을 살펴봤다. 이 안에는 메타(前 페이스북)와 같은 빅테크 기업과 로블록스 등의 이미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한 기업도 있는가 하면, 아직 기업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보는 스타트업도 있었다. 분석 대상이 된 기업 대부분은 2010년대 후반, 2020년 이후 설립된 신생 기업이었으며, 이들의 사업 모델 또한 광범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메타버스 개념이 모호한 측면도 있지만,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장인 만큼, 기업들은 서로 유사한 사업 모델로 경쟁하기보다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로 니치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1월 기준 메타버스에 투자하고 있는 전 세계 투자사는 약 700여 개로 확인됐다. 또한 애니모카브랜즈(Animoca Brands), 바이낸스랩스(Binance Labs)와 같이 블록체인·암호화폐에 특화된 VC가 메타버스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VC·PE는 어떤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고 있을까?

VC·PE 투자 유치에 성공한 150개 메타버스 기업은 크게 5개 그룹으로 구분 지어 살펴볼 수 있다. 그 중 첫 번째 그룹은 로블록스, 더샌드박스 등이 포함된 게임·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이다. 현재 VC·PE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는 상당수의 기업은 P2E(Play-to-Earn)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게임으로 파악된다. 게임사들은 게임 내 토큰을 발행하고,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 토큰)로 게임 아이템을 자산화하고, 이를 암호화폐와 연계시켜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금전적 보상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게임 장르로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부터 캐주얼, 트레이딩 카드까지 다양하게 있다.

두 번째 그룹은 가상 공간에서 보다 몰입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기업으로 구성됐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스테이지11(Stage11)은 온라인 콘서트에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추가해 오프라인 행사와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미국의 모먼트하우스(Moment House)는 라이브 스트리밍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가수와 배우, 창작자가 온라인에서 행사를 열고, 팬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소셜 공간을 제공해준다. 아일랜드의 오르브미디어(ORB Media)는 360도 VR 영상 제작 기술을 통해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생생한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market

세 번째 그룹은 차세대 인터넷으로 떠오른 Web 3.0과 관련된 기술 인프라 기업이다. Web 3.0은 중앙집권화된 데이터와 정보를 분산화하여 개인에게 되돌려주는 차세대 네트워크를 의미하는데, 메타버스와 NFT는 Web 3.0의 파생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네 번째 그룹에는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업이다. 이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커머스와 같은 수익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기존 2D 형태로 운영되던 서비스를 3D로 전환하여, 보다 현실과 비슷한 가상 세계를 구현해 나가고 있으며, 본인의 자아를 투영한 아바타의 활용도 활발하다.

다섯 번째 그룹은 NFT 분야다.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거래하기 위해서, 내가 구매한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해주는 수단이 필요하다. 현실에서는 정부, 은행과 같은 기관이 거래의 신뢰를 부여한다면, 메타버스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NFT가 이를 대신해줄 수 있다. 기업들은 독특한 콘셉트와 큐레이션으로 NFT를 차별화하려 하며, NFT화된 디지털 자산의 종류도 게임부터 디지털 아트, 수집품, 영화까지 다양하다. 가령 미국 스타트업 마스4(Mars4)는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고 알려진 화성의 가상토지를 10만여 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각 랜드를 NFT화하여 판매하고 있다.

오늘날 VC·PE 투자자들은 메타버스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모색하고 있고, 기업들 또한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열풍이 한순간에 식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의 미래가 엿보이는 이유가 있다.

지금도 수많은 창업자들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고, 시장에서 쌓이는 수많은 실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경험은 어디로 증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일상생활 속 현실이 되어 있을 수 있다.

market

CONTACT US

전자정보미디어엔터 산업1본부 · 윤주헌 상무
Tel. 02-2112-0374 · joohunyoon@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