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2. [한국경제]

[한경 CFO Insight]
박상훈 삼정KPMG 파트너

 

2023년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거래규모가 전년 대비 약 68% 증가해 총 1,820억 달러에 달하면서 M&A 시장이 호전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이는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글로벌 빅파마들이 대규모 거래를 단행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렇다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을 이끄는 빅파마가 M&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요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예상되면서 매출 감소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누적 매출 1위를 유지해 온 의약품 ‘휴미라(Humira)’의 미국 특허가 2023년 1월에 만료되면서 국내 선두주자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을 포함하여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산도스(Sandoz) 등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고, 그 결과 2023년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순위에 큰 변동을 일으켰다. 이와 더불어 IRA(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른 약가 인하 협상 등 정책적 리스크에 따라 일부 빅파마들은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빅파마는 풍부한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종양학과 희귀질환, 비만 분야 등에서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대규모 거래가 집중된 종양학과 희귀질환 분야의 경우, 빅파마는 바이오테크 기업과의 M&A를 통해 잠재력과 수익성이 높은 희귀질환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기반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매출 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빅파마는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M&A를 통해 기존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거나 신규 시장에 진입하고자 한다. 이에 희귀질환, 종양학, 비만 등 주요 적응증별로 빅파마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바이오테크 기업이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오테크 기업은 시장 성장성이 돋보이는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밸류체인 단계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질환별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테크 기업은 글로벌 기업을 통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에서 플랫폼 기술의 활용도와 시장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플랫폼 기술(Platform Technology)은 기존 의약품이나 신규 타깃에 적용해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신약 개발 단계에서 파이프라인 확장성이 크고 이미 유효성이 검증된 기술의 경우 임상 진입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둘째, 임상 단계에서는 특정 후보물질에 대한 글로벌 임상 실적 기반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토대로 글로벌 기업과의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사질환 분야,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높은 희귀질환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빅파마의 투자가 더욱 확대되면서, 비록 상업적인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았더라도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한 임상 단계의 후보물질 시장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신약 개발 후기 단계에 진입한 바이오테크 기업도 개발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 등 전반적인 리스크 완화를 위한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2023년 임상 3상 및 상업화 단계의 인수가 약 6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는 리스크를 낮출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상업화 혹은 수익모델 창출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돋보인다. 특히, 빅파마의 기업가치를 뛰어넘는 일명 ‘빅 바이오테크’의 등장으로 볼트온(Bolt-on) 거래가 증가하면서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한 파이프라인 기반의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빅파마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시장에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오면서 바이오테크 기업들에게도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빅파마의 대규모 거래가 집중된 종양학과 희귀질환 분야, 신성장 동력원을 위한 비만 치료제 등이 부상하면서 바이오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빅파마뿐만 아니라 바이오테크 기업 간의 투자도 활발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테크 기업 역시 발빠르게 대응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