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8 [한국경제] 

삼정KPMG CFO Lounge

[한경CFO Insight]

서무성 삼정KPMG 재무자문본부 상무

 

미래 자동차 시장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 먼저 미래 자동차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미래 자동차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친환경차는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 6단계(비자동화~완전 자동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 자율주행표준 J3016)를 아우른다. 즉, 미래 자동차 시장의 발전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 수준 전 단계를 아우르는 시장을 알 필요가 있다.

우선,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와 수소차로 구분되는데 각 시장별로 성장 속도에 차이가 나타난다. 2022년 3월 글로벌 자동차산업 시장조사기관인 LMC Automotive 발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 시장별 연평균 성장률이 각 65.3%, 47.2%, 47.5%으로 수소차보다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부각되고 있다. 한편, 자율주행 시장의 경우 기술 발달과 자율주행차 확산 간 속도차가 존재한다. 특히 시스템이 전체 주행을 수행하게 되는 자율주행 3단계부터는 안전성에 대한 다각적인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2단계 차량이 확산되면서 3단계 시장도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전기차 및 자율주행 2·3단계 시장의 발전은 차량의 제조, 판매, 주행, 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태계 관점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을 선택함에 있어 인프라, 서비스, 애프터마켓 등 생태계 성숙도를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기차 및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 역시 인프라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등 생태계 선점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전기차 제조를 위한 비즈니스 전환, 원가 절감을 위한 배터리 역량 강화, 자율주행 비즈니스 진출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생태계 선점을 위한 투자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전기차·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성하는 6대 기업군을 살펴보자. 우선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와 신생 완성차 제조사가 있다. 이외에 Tier 1, 차량용 반도체·OS 기업, 배터리 제조사도 있다. 마지막으로 빅테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6대 기업군은 인수합병(M&A), 지분 및 현금 투자, 벤처캐피털 펀딩 참여 등을 통해 전기차·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하고자 한다.

2017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6대 기업군의 투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 크게 자율주행 기술 확보, 전기차 제조를 위한 비즈니스 전환 및 배터리 역량 확보에 많은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한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현대자동차가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2020년 앱티브(Aptiv)와 함께 자율주행 전문 업체인 모셔널(Motional)을 설립한 바 있다. 또한 혼다는 GM의 자율주행 사업 자회사인 크루즈(Cruise)에 투자하면서 자율주행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인 BYD는 2022년 2월 라이다(Lidar) 인식 솔루션 제공업체인 로보센스(Robosense)에 투자하여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도모하고 있다.

구글은 빅테크 중 가장 먼저 자율주행 사업에 진출하면서 웨이모(Waymo)를 설립했고, 2022년 3월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를 활용하여 자사 직원을 출퇴근시키며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Tier 1인 현대모비스는 2021년 연간 경영실적 보고서를 통해 고해상도 이미징 레이더(Radar) 기술을 보유한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젠다르(ZENDAR)에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그래픽 반도체의 강자이자 자율주행을 위한 고성능 반도체를 제공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는 딥맵(DeepMap)을 2021년에 인수하면서 자사 자율주행 솔루션에 딥맵의 고정밀 지도·초정밀 실시간 위치확인 솔루션을 연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기차 제조를 위한 비즈니스 전환 및 배터리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도 활발하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인 GM과 혼다는 전기차 합작 법인을 신설하여 2027년부터 3만 달러 이하의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보급형 전기차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테슬라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배터리 원재료 확보부터 배터리 제조 역량 내재화까지 배터리 전반에 투자했다. 이 때 투자한 기업은 리튬 생산 업체인 블랑코 미네랄(Blanco Mineral),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인 실라이온(SilLion), 캐나다의 하이바 시스템스(Hibar Systems)가 있다.

중국의 빅테크 중 하나인 바이두는 지리자동차와 합작으로 지두자동차(Jidu Automobile)를 설립했고 2022년 가을 첫 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Tier 1인 마그나 인터내셔널은 2021년 LG전자와 합작하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고 2022년 4월 멕시코에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서호주 필라바 지역에서 리튬 채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리튬 리소스(Global Lithium Resources)에 투자하면서 희유금속을 안정적으로 확보, 배터리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듯 6대 기업군은 기존의 내연기관차 중심의 사업 구조를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는 동시에 자율주행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자율주행 생태계 성장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 우려하는 요소 중 2위가 긴 충전 시간, 5위가 부족한 충전소 인프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테슬라는 테슬라 전용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 스테이션'을 구축한 바 있고, 이는 테슬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자율주행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자율주행 전용 기반 시설의 경우 도로 건설 뿐만 아니라 주차 시설, 자율주행 기반 대중교통 서비스, 스마트 가로등 등 다양한 하위 시장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각종 인프라 시장의 성장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기업은 자율주행 기술 안전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 솔루션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역시 자율주행 기술 인증 제도 구축과 함께 법규 제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힘써야 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생태계는 차량 그 자체를 넘어 각종 인프라 및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가는 전기차·자율주행 생태계에서 우리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과 정부의 일관된 지원이 시너지를 이뤄 미래자동차 시장을 주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